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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와 제주도 자전거 여행하기 3편 - 자전거와 교통수단의 콜라보

Travel

by 송온마이립스 2015. 9. 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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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과 2편을 선리딩 하신 후 읽으시면 더욱 이해에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작.


 2015/09/30 - [여행의 기억] - 여자친구와 제주도 자전거 여행하기 1편 - 설득하자!

 2015/09/30 - [여행의 기억] - 여자친구와 제주도 자전거 여행하기 2편 - 웜샤워란 좋은 것!




 자덕 남친에게 자전거를 렌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어코 우리의 자전거를 이고지고 바리바리 가겠다는 그 젊고 뜨거운 의지를 어찌 꺾을 수 있으랴. 게다가 얼마 전에 이동하기 수월하도록 미니벨로도 하나씩 구입하지 않았던가! 자, 아래는 제주도로 가고 오면서 이 고철 덩어리 자전거를 어떻게 싣고 다녔나 각종 이동 수단 별로 정리한 내용이다. (쓰다보니 알았다. 안 타본 이동 수단이 없구나.) 여행 계획에 따라 이동 수단이 여러모로 달라질 수 있으니 아주 상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여러 다른 포스팅을 함께 참고하실 것을 권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게 속 편하다. 쥐쥐.




출발하기 전!


1. 포장하기


 먼저 말한다. 돈 있으면 제발 저 대신 공항가서 포장해달라고 하세요. 제주도로 갈 때는 기분도 좀 내고 서둘러 가고 싶어서 비행기를 타고가기로 했다. 자전거는 포장한 상태로 수화물로 들어가기에, 어떠한 방법으로든 '포장'을 해야한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공항에서 돈 주고 포장을 맡길 것인가

2) 뾱뾱이와 박스를 사서 개고생을 서비스로 받을 것인가


미래의 새싹들아. 너희는 커서 이렇게 무식하게 살지 말아라.


'엄마손'으로 구석구석 돌봐주었다.


 인천 공항에서 포장하는 그 2만 5천 원이 아까와서 부들부들 떠는 자린고비 남친을 어찌 말릴쏘냐. 우린 한여름 땡볕 아파트 마당에서 이마트에서 구입한 뾱뾱이와 포장하는 곳에서 몰래 가져온 박스로 포장을 해야만 했다. 뾱뾱이가 생각보다 비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뾱뾱이 값이랑 우리 공임비랑 해서 2만 5천원 아깝지 않을 것 같더라. 어쨌든 너무 힘들었다. 중요해 보이는 모든 곳에 칭칭 감아서 다혼 가방에 넣었다. 말로만 하니 쉬워보이는데 한 4시간은 걸린 것 같다. 돈이 최고다. 돈은 이럴 때 쓰라고 버는 것이다.


* 미니벨로가 아닌 경우, 분해하셔서 박스에 넣으시고 부치신 후에 제주 공항에서 조립하셔야 합니다.

** 인천공항 포장 값은 25,000원, 제주공항 포장 값은 20,000원! (추가 2015.10.03)



서울에서 제주도로!



1. 중형 택시


 카카오 택시를 찬양하라. 중형 택시가 아파트 주차장까지 와주셨다. 매우 수월하게 뒷 트렁크에 안착. 어디 자전거 여행가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기사 아저씨와 나누면서 뭔가 설레는 마음에 이스트를 넣고 더욱 부풀렸다.



2. 지하철



 지하철 공항 철도 입구에 도착. 공항 철도는 왜때문에 그렇게 깊어요? 나는 패니어와 카메라 가방 세트를 어깨와 목에 둘렀고, 남친이가 양쪽 어깨에 자전거를 짊어매고 갔다. 남친이의 말에 따르면 양쪽 어깨가 탈골할 뻔 했다고 팔이 너덜너덜하다고 했다. 그냥 돈 좀 더 보태서 김포공항까지 택시 타고 갈껄 그랬다고 약간 후회하는 듯 보였다. 돈이 최고다2 돈은 이럴 때 쓰라고 버는 것이다2



3. 비행기


 김포공항역에 도착하니 자덕 남친이 이젠 모든 것을 후회하는 듯 했다. 그 놈의 택시! 택시를 탔어야 해... 그래도 천운이 있었으니, 공항 카트가 원래는 있지 말아야 할 곳에서 우리를 마중나온 듯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오랜만에 웃었다. 기뻐하는 저 표정.


 진에어를 제외한(자전거는 무조건 1만 원 추가 운임) 모든 항공은 15kg까지 무료다. 어쨌든 여기까지 우리는 무료로 가려고 이 생고생을 했던 것인데, 패니어 한 쪽을 함께 부치니 15kg가 넘어 추가 운임을 지불한 것이 개함정. 들고 타면 되는데 왜 수화물로 부쳤냐고? 자전거 공구(스패너, 육각랜치 같은 것)는 모두 수화물 짐으로 넣어야 한다.




안그러면 이렇게 공항 언니한테 혼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컷 추가 운임 내고 패니어 부쳤더니 바보같이 하나를 비행기에 들고 타서 걸림.


+ 그냥 짐을 막 던지나 봄. 다혼 가방 천이 꽤 두꺼운데 둘 다 찢어졌다. 자전거는 공항 직원이 직접 호명해 줌. '자전거 부치신 분~'




제주도에서!


1. 시외, 시내 버스


 도착하자 마자 웜샤워 약속한 집에 빨리 찾아가야 하는데(2편 참고), 날이 어둑어둑해져서 결국 공항 앞에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한 가지 몰랐던 점이 있다면 제주의 시외, 시내 버스의 내부는 서울의 그것과는 매우 다르다. 고속 버스처럼 좌석이 다닥다닥. 그 때문인지 제주에서 버스 탈 때 서서 간 적은 한 번도 없다. 



제주도민들은 빨간 버스의 공포를 모르겠지...



 어쨌든 미니벨로를 실으니 승객들의 보행을 방해하는 민폐왕들이 되었다. 지나가실 때마다 '아이구 죄송합니다.'를 연발. 게다가 8시인가 9시쯤 버스를 탔는데, 노선 끝까지 안간다고 중간에 내리라고 해서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덜렁 남겨졌을 땐 매우 황당해서 초코바를 하나 먹고서야 진정되었다.


민망해서 자동으로 창 밖 응시


시내버스 탑승 시도. 힙을 즐기는 제주 젊은이 여러분 죄송했어여...


 그리고 다시 웜샤워 천사님을 만나기 위해 이중섭 거리로 한 번 점프를 시도. 시내 버스도 한 번 탔었는데... 생각해보라, 서귀포에서 이중섭 거리는 얼마나 번화가에 속할 것인지. 아마 홍대+삼청동를 합쳐놓은 느낌이라 생각하면 얼추 비슷할 것이다. 그러면 시내 버스에 승객이 많을까? 적을까? 또 다시 한 번 민폐왕이 되었다. 제주도에 자전거 타러 가서 버스를 타는 것은 미친 짓이다. (불법은 아니라 다행.) 우리같은 바보들은 또 다시 없기를 바란다. 우리는 일정 상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해본다.




제주도에서 서울로


1. 배


 배 편은 언제든 탈 수 있는 듯. 우리는 제주-부산행 배가 있을 줄 알고 갔더니, 없어졌다고 했다. (2015년 8월 기준) 세월호 탓인지 나라에서 검사(?) 같은 것이 종종 있다고. 그래서 특히 부산행 운항은 됐다가 안됐다가 한다는 엉뚱한 답변만 들었다. 어쨌든 모로가도 육지로만 갑시다! 목포행 결정!


여행이 끝나서 시원섭섭한 표정


 여튼 배 탑승. 배는 쉽다. 그냥 탑승하고 입구 옆에 세워두기만 하면 된다. 가지고 들어가진 못한다. 어차피 무거워서 가져갈 맘도 없었닷! 자전거 태우기 쉬운데... 쉬운데... 너무 지루하다... 시끄럽다... 홀에서 트롯트도 부르고 막, 어, 단체실 안에서는 고스돕 판이 벌어지고... 이런게 크루즈였어?... (생전 처음 크루즈 타본...) 자, 돈 있으면 웬만하면 비행기 타세요. 돈이 최고다3 돈은 이럴 때 쓰라고 버는 것이다3



2) 일반 택시


 목포에 내리니 장대비가 미친듯이 쏟아져서 몹시 당황했지만, 우리에겐 카카오 택시가 있지! 6.25 동란같은 아수라장을 벗어나 겨우 겨우 기사님 택시에 탔다. 자전거 하나는 트렁크에, 하나는 뒷 자석에 낑겨 낑겨 넣고, 그 사이 사이에 몸을 끼워 끼워 넣었다. 고되다. 택시도 웬만하면 큰 거 부르세요. 



3) 고속 버스



 고속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완전 쿨내나게 자전거 먼저 아래 짐칸에 넣으라고 무뚝뚝한 전라도 배려를 받았다. 별 것 없었다. 그냥 녹초가 된 몸으로 꿀잠을 자고 일어나니 서울에 도착★



 쓰고 보니 또 별 내용은 없다. 난 그저 몸이 고되지 않으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인생의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나쁜 블로거가 되었다. 그럼 다음 편을 기대하세요. 항상 뭘 쓰나 고민하지만 화수분 같이 소재가 나오는 나는 블로거가 천직인 것인가봐요. - 28세 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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