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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2 / Fuji / 무보정 / 2018년 가을 제주

Travel

by 송온마이립스 2018. 3. 16.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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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네요 벌써. 2018년 가을 경에 다녀온 일주일 간의 간절했던 휴가, 제주 백팩커 스타일 여행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저는 간단한 잔스포츠 백팩 하나를 짊어매고, 남편은 군용 가방에 캐리어를 하나 끌고 갔었어요. 막상 도착하니 이보다 더 짐을 줄일 수 있었겠다 싶었죠. :) 특히 그 와중에 카메라를 무려 세 대나 가져가는 다소 어리석은 짓을 했지만, 나중이 되어 결국 흐릿해진 기억을 더듬는 데는 사진이 꼭 필요하네요. 많은 사진 중에서도 특히나 필름 카메라의 기록은 소중해요. 찰나를 찍기 위해 호흡을 멈췄던 순간까지 생생하거든요. 



Nikon FM2 / Fuji / 무보정



김포 공항.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갑작스럽게 퇴사를 했고 번아웃이 된 상태라 어쩔 줄을 몰랐다. 남편 역시 회사(?)에서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면서 멘붕인 상태. 사실 우리의 제주행 티켓은 반년 전부터 구입을 해두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휴가가 짤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떠나기 전 날까지 초조했다. 그러게 나처럼 사표 쓰라니까. (사표인지 짤린 건지...)


공항은 항상 설레는 곳이다.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뛰어가고 면세점도 패스하니 게이트 앞에서 시간이 오히려 남아버렸다. 하도 많은 너구리들이 오가서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매캐한 흡연실에서 재빨리 뻐끔뻐끔 전자담배를 피고 휴- 한숨 돌리는 중. 아빠 옆에 조잘대는 애기들이 귀여웠다.




자, 떠나자! 아 유 레디?




나는 이 통로가 제일 좋다. 세상에서 제일 환한 빛의 구간 같다. 비행기 몇 번 안타봐서 그런 것 같다. 




여행 촌놈들이 이런 짓을 많이 하는데, 우선 포털에서 맛집부터 검색을 한다든가 하는. 저번 제주 여행에서 먹었던 물회가 너무 인상 깊어서 가자마자 물회부터 한사바리 땡기고 시작하자 싶어 공항에서 멀지 않은 물회 맛집, 순옥이네 명가에 갔고, 물회를 한 입 뜨자마자 공항 도착해서 부랴부랴 택시 잡아 타고 온 노력이 다 허사였음을 깨달았다. 남편은 여행의 즐거움은 100 퍼센트 음식에 있다고 했다. 아마 엄청 실망을 했을 것인데, 큰 짜증을 안내줘서 고마웠다. 뭐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우리가 제주에서 몇 끼나 더 먹을 수 있지 세고 있었을 것이다.


맛에 비해 꽤 비싼 음식값을 지불하고 묵직한 가방 매고 터덜 터덜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던 중에 만나게 된 제주 여행 첫 바다. 헛배만 불렀는데 벌써 해는 지고 이렇게 하루가 끝나는 것일까. 하지만 노을이 예쁘잖아, 라고 하면서 촌스럽게 바다 사진 엄청 찍고 아무래도 카메라가 저 색감을 고스란히 담을 수 없다는 걸 또 깨닫는 여행 첫 날이었다. 




아, 숙소 얘기를 안할 수가 없겠구나. 여행 한참 전부터 비행기 표를 끊어두고 에어비앤비로 숙소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종달리 언니네 여인숙. 우리가 이번 제주 여행 루트를 계획을 하는데 고려했던 것은 첫째, 버스 이용하는 도보 여행이 용이한 동네일 것, 그다음이 바로 숙소, 그리고 숙소가 있는 동네의 아름다움이었다. 아쉽게도 숙소 내부의 필카 사진은 많이 남아 있지 않은데, 필카 사용이 미숙해서 어두운 곳에서 잘 찍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크ㅋ. 배워도 배워도 매커니즘 자체가 이해되지 않으니 아마 앞으로도 많이 어려워할 것이다. 


여튼 언니네 여인숙은 제주 원래 집의 모양을 거의 살린 작은 예쁜 공간이었고, 주인 '언니'의 꼼꼼한 배려가 좋았다. 다만 에어비앤비 운영에 다소 피로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 손님인 우리가 외려 조심스러웠고, 그도 그럴만한게 미리 예약을 한 시점에는 남녀 혼숙이었으나, 실제 묵었던 시점에는 여성 전용으로 바꼈기 때문... (그래도 받아주심에 감사할 따름) 4박이면 꽤 장기 투숙을 했던 것 같은데 매일 아침 조식 메뉴도 맛있었고, 특히 마지막날 우진 해장국 감동이었다. 불편했던 점이라면 위의 창호지 문이 방음의 전부라 옆방 앞방의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리는 것 정도. 오히려 이런 공간에는 가운데 거실에서 오손 도손 함께 고구마라도 까먹으면서 민박객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묵었던 기간의 손님들과는 그런 교류가 거의 없었음. 마지막에 텀블러도 놔두고 가는 등 약간 피곤하고 신경 많이 쓰이는 손님이었을텐데도 기꺼이 택배로 부쳐주시는 수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에어비앤비 자칭 고수의 별 3개 반 추천.



Nikon FM2 / Kodak / 무보정



훨씬 화창한 날씨였는데! 우도는 첫 번째 방문이었고, 면허가 없는 것을 땅을 치고 후회했던 생의 첫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더운 날씨에 자전거를 빌린다면 또 백퍼 남편과 사네 마네로 다퉜을 것... 사륜 오토바이 타고 가는 다른 이들의 모습이 세상 제일 부러웠지만 다행히도 임기응변으로 1인당 몇 천원 하는 버스를 타서, 우도의 몇 개의 포인트를 짚어 한 바퀴 돌 수 있었다.


우도의 기억은 첫째, 정말 사람이 많구나! 둘째, 정말 시끄럽구나!로 남는다. 온통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지 기념품들, 시끄러운 음악들, 수많은 사륜 오토바이들, 차들, 버스들. 어떻게 땅콩 아이스크림도 그렇게 맛이 없냐.






하얀 모래가 예쁘다는 사빈 백사장의 남자 아이들.




그나마 가장 즐거웠던 우도의 기억은 검멀레 해변의 보트 체험이다. 유년기에 나는 거제도 시골 마을에서 자라 동네 아저씨들의 작은 통통배부터, 보트까지 타고 바다를 누볐던 기억이 있어 상당히 의연한 편이었지만 (사실은 꺅꺅-), 이런 쬐끄만 보트를 타고 파도를 꿀렁 꿀렁 타는 경험이 처음이었던 남편의 꺄르르 꺄르르 즐거워하는 모습이 몹시 귀여웠다.


사실은 꿀렁 꿀렁 보트의 스피드와 스릴을 느끼는 것도 재밌었지만 용머리 바위나, 동굴을 들어가는 것이 거의 뭐 에버랜드에 온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쉴 새 없이 수많은 관광객을 태우는 보트 드라이버 아저씨의 프로페셔널함이 가장 멋있었다. 했던 말 계속 하려면 지겨울 법도 할 것 같은데 거의 뭐 소명 의식을 가지신 듯 유쾌한 설명 진행. 가장 예쁜 배경 포인트에서 탑승객의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까지!



시꺼먼




예쁜


, 그리고 (더워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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