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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와 제주도 자전거 여행하기 1편 - 설득하자!

Travel

by 송온마이립스 2015. 9.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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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자덕 남친을 따라 제주도 한 바퀴를 라이딩 한 여자친구의 조촐한 의식의 흐름 후기임.


앞으로의 혹독한 라이딩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여행 간다고 좋아서 헤벌레 웃고 있었음.



 자덕 남친에게는 여자친구와 함께하는 자전거 여행이 최고 아니겠냐능(?). 나의 경우 자덕 남친이 나와 함께 자전거 여행을 가자고 서서히 꼬시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 다사다난했던 과정을 아래의 네 가지 단계로 정리해보았다. 자덕 남친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그의 여자친구들에게 여러모로 좋은 지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자전거 여행에 걸맞는 자전거를 은근슬쩍 골라주기.


경경익선. 가벼우면 가벼울 수록 좋다는 선조의 말씀을 따라, 짐을 최소화한 우리 자전거 용태. 배경은 제주 애월 해안도로.


 평소 본인의 라이딩 스타일은 그저 동네 마실이나 나다니는 정도였는데, 당시 자전거는 자덕 남친이 선물해준 후지의 로드 바이크. 로드바이크는 남친이 라이딩가자고 조르면 기분 내킬 때 아주 가끔~ 한강 라이딩을 나서는 내게 크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동네 마실용, 허리펴고 달릴 수 있는 바구니 달린 자전거를 타고싶다는 소망을 슬쩍 내비춘게 자전거 여행의 그 시작. 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다혼 사의 미니벨로를 강력하게 추천하더니, 날밤을 새고 모델을 함께 골라주었다. 당시 나의 자전거 선택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1) 심플하고 몹시 세련될 것.

2) 블랙을 강하게 선호. (유광보다는 무광)


 이 까다로운 기준을 맞춰주었던 그의 노력에 치얼스! 종일 다혼의 모든 해의 모든 기종을 다 살펴보고 매물을 뒤져 결국 2015년형 스피드 팔코 무광 블랙을 선택하고, 중고거래까지 끝 마쳤다. 그 때까지 나는 그가 그 미니벨로를 여행용으로 염두에 둔 것인지 꿈에도 몰랐지. 




두 번째, 제주도 판타지 심어주기. 


제주의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면 종종 이런 풍경을 마주하기는 한다. (무보정)


 제주도를 한 번도 여행해본 적 없는 본인에게(수학여행도 못 가봄. GG) 제주의 아름다움과 자유로움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당시 스스로도 제주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게 만들었으며, 생전 들어본 적 없었던 이효리의 마을 '애월'에 대한 환상을 품께 함. 제주의 아름다운 바닷가가 꿈에서도 아른거렸을 지경. 


(여러분 다~ 이거 거짓말인거 아시죠? 현실은 바닷가에 발 한 번 못 담가 봤음...)

 



세 번째, 자전거 여행의 재미있는 사례를 보여주기. 


 여러 자전거 여행족들의 블로그들을 보여줬다. 특히 커플이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는 블로거들 위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블로거는 역시나 '베가본더'. 왠지 그 커플의 삶을 동경하게 되었고, 그들의 자전거 여행은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듯 했으며, 내게 그 자유를 갈망하게 했다. (생각하면 할 수록 이 놈 이거 계획적이었네...) 특히 보이쉬하게 헤어컷한 베가본더의 마른 체형의 와이프 분. 나 걸크러쉬 당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사실 생각했음. 



자전거 여행을 한 번 쯤이라도 꿈꾼 사람이라면 이 곳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 하다.

http://www.vagabonderatom.com




네 번째, 자연스럽게 제주도 여행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하기.



 갑자기 데이트 장소를 서울 도서관으로 잡더니, 제주도 여행책을 한가득 빌렸다. 어느 순간 반박할 겨를도 없이 나는 자전거로 제주도를 여행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맥주 한 잔 시원하게 들이키고 나니 제주도 여행 계획을 짜고 있는 나를 발견. 내 운명은 어느새 그렇게 결정된 것이다. 자전거로. 제주도를. 여행한다고. 도대체. 언제. 어디서부터?




추가 꿀 TIP

애인과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남자친구의 특급 준비 사항! 장수 돌침대! (별표 다섯 개)  


1. 맛집 스팟 리스트를 준비해 어느 동네에서든지 맛있는 것을 먹일 수 있도록 한다.

 다음 휴식지에 있는 음식점에서는 어떤 메뉴를 제공할 것이며, 그것이 얼마나 맛있는지를 계속 설명하면서 달리도록. 그렇다면 죽기 아니면 살기로 페달질을 하는 애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난 지금 해 떨어지기 전에 고기국수가 먹고싶다!


2. 항상 단 것을 소지해 당분이 떨어질 때 마다 보충시킨다.

 평상 시에 체력 대비를 하지 않았던 애인이라면 체력 소모가 클 것이다. 당분이 떨어질 때 마다 에너지바 등으로 힘을 나게 한다. 본인은 길거리에 나앉아 편의점에서 1+1 하는 닥터유 에너지바를 우걱우걱 먹었다. 먹고나면 이상하게 갑자기 없던 힘이 다 남. (라이더의 기본 상식이겠지만, 난 몰랐음.)


편의점은 그야말로 지상 낙원이었던 것이다.


쪼그려 앉아서 불쌍하게 에너지바를 우걱우걱 먹고 있다. 지금 봐도 짠내 난다.


 물론 남자친구는 매우 친절하게 물도 대령하면서 에너지바를 다 먹을 동안 기다려 준다. (쓰다 보니 뭔가 다 왜 먹는 이야기인지?)

*주의* 애인이 이상하게 짜증이 갑자기 솟구쳐 올라 바락바락 소리를 지를 때가 있다. 그 땐 90%의 확률로 배가 고픈 것이니 그 시그널에 주의할 것. 


3. 라이딩이 끝나고 휴식 시에는 항상 다리 마사지로 파이팅을 불어넣는다.

 오랜 라이딩으로 다리가 부었다고 찡찡대는 애인의 종아리와 허벅지의 혈을 눌러주며 "오늘도 수고했다.", "넌 할 수 있다.", "내일은 이런 저런 음식을 먹자." 등의 희망 고문을 한다.




 마지막으로 뱀의 꼬리를 달자. 개인적으로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통해 가장 행복했던 점을 꼽으라면 예상하지 못했던 '힙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후 업힐은 곧 힙업이라 생각하고 군소리 없이 남자친구를 잘 따라 다녔다. 는 것은 함정. '시작이 첫 걸음이다~'는 엉뚱한 교훈으로 여기서 마무리하자. 그럼 다음 편에서 계속. 


다혼 공식 계정에서도 리그램한, 내 계정 최다 좋아요 사진. 이게 다 자덕 남친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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